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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 시 정체기의 과학: 우리 몸의 '설정값' 항상성

📑 목차

    살빼기의 가장 큰 장벽인 정체기의 원인을 우리 몸의 '체중 설정값(Set Point - 세트포인트)'과 '항상성'이라는 과학적 원리로 설명합니다. 우리 몸이 변화에 저항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정체기를 극복하여 요요 없는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법을 알아보세요.

     

    살빼기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는 절망의 순간이 있다. 바로 '다이어트 정체기'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빠지던 체중이 어느 순간부터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만 방심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현상. 왜 80kg에서 70kg을 빼는 것보다, 60kg에서 55kg을 빼는 것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는 당신의 노력이 부족해서도, 다이어트 방법이 잘못되어서도 아니다. 바로 우리 몸의 생존을 책임지는 가장 강력하고 원초적인 시스템, '항상성(Homeostasis)''체중 설정값(Set Point - 세트포인트)'이 당신의 변화에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빼기 시 정체기의 과학: 우리 몸의 '설정값' 항상성

     

    본 글에서는 다이어트 정체기의 배후에 있는 '항상성''세트포인트 이론'의 과학적 원리를 심도 있게 탐구한다. 우리 몸이 왜 그토록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려고 애쓰는지, 그리고 이 강력한 저항을 극복하고 살빼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우리 몸을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항상성과 세트포인트: 변화를 거부하는 우리 몸의 본능

    항상성이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 내부의 상태(체온, 혈압, 혈당 등)를 일정하게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려는 생명체의 근본적인 특성을 말한다. 우리 몸은 급격한 변화를 '위험'으로 간주하고, 어떻게든 기존의 익숙한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강력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체중계의 보이지 않는 손, '세트포인트'

    '세트포인트 이론'은 이러한 항상성의 원리가 체중 조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설명한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는 각 개인마다 유전적으로, 그리고 오랜 생활 습관을 통해 설정된 '목표 체중값', 즉 세트포인트가 각인되어 있다. 우리 몸은 이 세트포인트를 중심으로 현재의 체중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체중이 이 설정값에서 벗어나려 하면 모든 생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막으려 한다.

    고무줄의 비유: 멀어질수록 강해지는 저항

    이 현상은 '고무줄'에 비유할 수 있다. 당신의 몸이 세트포인트라는 벽에 고무줄로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의 현재 체중이 세트포인트에서 멀리 떨어진 비만 상태(80kg)일 때, 고무줄은 느슨하다. 이 상태에서 세트포인트(예: 60kg)를 향해 다가가는 것은 비교적 쉽다. 고무줄의 저항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이어트 초기에 살이 잘 빠지는 이유다.

     

    하지만 당신의 체중이 세트포인트에 가까워질수록(70kg, 65kg…), 고무줄은 점점 더 팽팽하게 당겨진다. 60kg의 세트포인트를 지나 저체중(55kg, 50kg…)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고무줄은 끊어질 듯한 장력으로 당신을 세트포인트 쪽으로 다시 끌어당긴다. 이것이 바로 다이어트가 진행될수록 감량 속도가 더뎌지고, 목표 체중에 가까워질수록 살이 더 지독하게 빠지지 않는 '정체기'의 실체다.

    우리 몸의 3대 저항 무기

    세트포인트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몸은 다이어터에 대항하여 세 가지 강력한 무기를 사용한다.

    1. 무기 1: 기초대사량 감소 (에너지 절약 모드)
      섭취 칼로리가 줄어드는 것을 '기근'의 신호로 감지한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즉시 '에너지 절약 모드'에 돌입한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족할 때 화면 밝기를 낮추고 불필요한 앱을 종료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몸은 심장 박동을 늦추고, 체온을 미세하게 낮추며, 전반적인 신체 활동을 귀찮게 느끼게 만들어 기초대사량을 의도적으로 감소시킨다. 이전과 똑같이 먹고 운동해도 살이 더 이상 빠지지 않는 이유는, 당신의 몸이 소모하는 에너지의 기준선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2. 무기 2: 식욕 호르몬의 반란
      동시에, 우리 몸은 에너지 섭취를 늘리기 위해 식욕 호르몬을 총동원한다. 공복감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의 분비는 급증하는 반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Leptin)'의 분비는 감소한다. 그 결과, 당신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하고 잦은 배고픔을 느끼게 되며, 음식을 먹어도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워져 과식과 폭식의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된다.
    3. 무기 3: 소화 흡수율 극대화
      설상가상으로, 우리 몸은 들어오는 음식물에서 단 한 톨의 에너지도 놓치지 않기 위해 소화 흡수율을 비정상적으로 높인다. 이전에는 1,000kcal의 음식을 먹으면 900kcal만 흡수했다면, 이제는 950kcal, 980kcal를 흡수하려 애쓴다.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몸에 저장되는 실제 칼로리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강력한 저항 메커니즘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의지력만으로 정체기를 돌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론: 세트포인트를 바꾸는 유일한 방법, '시간'

    그렇다면 이 강력한 저항을 이기고 살빼기에 성공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해답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적응시키는 것'에 있다. 급격한 체중 감량은 우리 몸의 항상성 시스템을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경고 신호다. 우리 몸을 적으로 돌리고 전쟁을 벌이는 대신, 시간을 가지고 우리 몸을 서서히 설득하고 안심시켜야 한다.

     

    새로운 체중을 '비상사태'가 아닌 '새로운 일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목표 체중에 도달한 후 그 상태를 아주 오랜 기간(최소 6개월~1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유지 기간 동안 우리 몸은 비로소 새로운 체중이 더 이상 위협이 아님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 호르몬과 대사 시스템, 그리고 지방세포의 수를 재조정하여 새로운 '세트포인트'를 설정하게 된다. 다이어트의 진정한 끝은 목표 체중을 달성한 순간이 아니라, 그 체중을 새로운 나의 '평균'으로 만든 순간이다. 정체기는 당신의 몸이 보내는 저항의 신호이자, 동시에 새로운 설정값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중한 신호이기도 하다.

    FAQ (자주 묻는 질문)

    • Q.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운동량을 더 늘리거나 식사량을 더 줄여야 할까요?
      • A. 이는 가장 흔한 실수이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운동량을 과도하게 늘리거나 식사량을 더 줄이는 것은 몸의 항상성 시스템을 더욱 자극하여 더 강력한 저항(대사량 저하, 식욕 증가)을 불러일으킵니다. 정체기에는 현재의 건강한 식단과 운동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몸이 새로운 체중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하루 정도 평소보다 조금 더 먹어주는 '치팅데이'나 '리피드데이'가 몸을 안심시켜 정체기를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 Q. 세트포인트는 유전적으로 완전히 정해져 있는 건가요?
      • A. 유전적 경향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조금 더 높은 세트포인트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트포인트는 유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의 생활 습관, 특히 식습관에 의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꾸준한 건강한 습관을 통해 세트포인트 자체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것이 가능합니다.
    • Q. 요요 현상도 세트포인트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한가요?
      • A. 네, 완벽하게 설명됩니다. 급격한 다이어트로 80kg에서 60kg으로 감량했지만, 몸의 세트포인트는 여전히 80kg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멈추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고무줄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듯, 우리 몸은 낮아진 대사량과 폭발적인 식욕을 무기로 어떻게든 80kg라는 원래의 설정값으로 되돌아가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요요 현상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