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살빼기 중 발생하는 근손실의 진짜 원인을 '불용성 위축'과 '투쟁-도피 반응'으로 분석하고, 근육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을 제시한다.
"굶어서 살을 빼면 지방이 아니라 소중한 근육부터 빠져서 안 된다." 이는 살빼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 중 하나다. 우리는 비상식량인 체지방을 수십 kg씩 몸에 지니고 있는데, 정작 굶기 시작하면 우리 몸이 이 비상식량은 내버려 두고 생존에 필수적인 근육부터 태워 없앤다는 이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몸은 정말 그렇게 비합리적으로 작동할까? 만약 그렇다면, 굶주림이 일상이었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근육을 지키고 생존할 수 있었을까?

지난 글에서 우리는 우리 몸이 단기적인 굶주림에 맞서 기초대사량을 지키기 위해 활동량을 줄이는 지혜로운 방어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굶는 다이어트 중 발생하는 '근손실'의 진짜 원인을 파헤친다. 근손실이 에너지를 얻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임을 밝히고, 과거 인류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살빼기 전략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명확하게 설명한다.
근손실의 진짜 원인: '에너지원'이 아닌 '불용성 위축'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근육을 우선적으로 분해하지 않는다. 근육은 우리 몸의 구조를 지탱하고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반면, 체지방은 오직 에너지 저장을 위해 존재하는 효율적인 창고다. 비상사태에 창고에 가득 쌓인 석유(체지방)를 놔두고, 집의 기둥(근육)을 빼서 땔감으로 쓰는 비효율적인 선택을 우리 몸이 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굶는 다이어트 시 근손실은 왜 발생하는가? 그 진짜 원인은 바로 '불용성 위축(Disuse Atrophy)', 즉 '사용하지 않아서 퇴화하는 현상' 때문이다. 근육은 철저하게 '사용의 원칙'을 따른다. 많이 사용하면 성장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팔에 깁스를 몇 주만 하고 있어도 팔 근육이 눈에 띄게 가늘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지난 글의 내용과 연결해 보자.
- 당신이 굶거나 저칼로리 식단을 시작한다.
- 몸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활동대사량을 낮춘다. (몸에 힘이 없고 움직이기 싫어진다.)
- 활동량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근육의 사용량도 줄어든다.
- 사용되지 않는 근육은 우리 몸 입장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 기관일 뿐이므로, '불용성 위축' 원리에 따라 분해하여 크기를 줄인다.
즉, 근손실은 몸이 근육을 에너지원으로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굶주림으로 인한 '활동량 감소'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2차 결과다. 근육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일부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목적이 아닌 부산물일 뿐이다.
과거 인류의 생존 전략: 사냥과 '투쟁-도피 반응'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활동량이 줄어 근육이 빠진다면, 굶주림이 일상이었던 우리 조상들은 사냥에 필요한 근육을 모두 잃고 멸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인류가 수십만 년간 진화시켜 온 강력한 생존 메커니즘,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에 있다.
과거 인류에게 굶주림은 생존과 직결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생존을 위한 폭발적인 신체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투쟁-도피 반응이다.
과거 인류의 생존 사이클을 상상해 보자.
- 굶주림과 비활성: 사냥에 실패하여 며칠간 굶게 된다. 몸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활동량을 줄이고, 근육은 서서히 위축되기 시작한다.
- 생존을 위한 사냥 (투쟁): 더 이상 굶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목숨을 걸고 사냥에 나선다. 이때 '굶어 죽을 수 있다'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투쟁-도피 반응을 최고조로 이끈다.
- 신체 능력의 폭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근육으로 공급되는 혈류량이 증가한다. 일시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강력한 힘과 집중력을 발휘하여 사냥의 성공률을 높인다.
- 사냥 성공과 회복 (잔치): 사냥에 성공하면, 대량의 신선한 고기(단백질과 지방)를 섭취한다. 강렬한 근육 사용(사냥) 후에 충분한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위축되었던 근육은 손상을 회복하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하게 성장한다.
이 '굶주림 → 비활성 → 투쟁(고강도 운동) → 회복(충분한 영양)'의 사이클을 통해, 과거 인류는 굶주림 속에서도 근육을 잃지 않고 오히려 유지, 발전시키며 생존할 수 있었다.
현대 다이어터의 비극: '회복' 없는 굶주림
현대의 굶는 다이어트는 과거 인류의 생존 사이클에서 가장 결정적인 두 가지, 즉 '투쟁(고강도 운동)'과 '회복(충분한 영양)'이 빠져있다.
현대의 다이어터는 굶주림으로 인해 활동량이 줄고 근육이 위축되는 똑같은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그들은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사냥에 나설 필요가 없다. 배가 고프면 편의점으로 가면 그만이다. 근육을 폭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투쟁'의 과정이 없으니, 투쟁-도피 반응이 활성화될 일도 없다.
더 큰 문제는, 다이어트가 끝나고 음식을 다시 먹기 시작할 때조차 '살이 찔까 봐' 두려워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육 사용도, 충분한 영양 공급도 없는 상태에서, 한번 시작된 근손실의 연쇄 반응은 멈출 방법이 없다. 이것이 바로 현대의 굶는 다이어트가 과거의 굶주림과 달리 우리 몸을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망가뜨리는 이유다.
결론: 근손실을 막는 유일한 방법
살빼기 중 근손실이 두려운가? 그렇다면 해답은 명확하다. 굶지 말고, 운동해야 한다. 굶는 다이어트 중 근손실은 우리 몸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기관을 퇴화시키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다. 이 퇴화의 흐름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 몸에게 "이 근육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호는 바로 '고강도 운동'이다.
결국, 성공적인 다이어트는 과거 인류의 생존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충분한 비정제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고(회복), 그 에너지를 사용하여 근육에 강한 자극을 주어(투쟁), 우리 몸이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근손실과 요요의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굶는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일까? 다음 글에서는 굶는 다이어트가 초기에 달콤한 성공의 환상을 보여주는 이유와 그 함정에 대해 알아본다.
FAQ (자주 묻는 질문)
- Q. 굶는 중에 운동을 하면 근손실이 더 심해지지 않나요?
- A. '굶는 중'에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은 에너지 고갈로 인해 부상 위험이 크고 비효율적이다. 올바른 순서는 '충분한 영양 섭취 → 고강도 운동 → 다시 충분한 영양 섭취'이다. 굶어서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가벼운 활동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Q. 근육이 한번 빠지면 다시 만들기 어렵나요?
- A. 그렇지 않다. 우리 몸의 근육 세포에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라는 기능이 있어, 과거에 한번 만들었던 근육은 처음 만들 때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꾸준히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 Q. 체지방이 너무 많아도 근육이 빠질 수 있나요?
- A. 그렇다. 체지방이 많은 비만 상태는 그 자체로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근육 합성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굶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체지방량과 상관없이 '불용성 위축'으로 인한 근손실이 발생한다.
 
- Q. 투쟁-도피 반응은 스트레스 반응인데, 몸에 좋은 건가요?
- A. 스트레스는 '급성 스트레스'와 '만성 스트레스'로 나뉜다. 운동과 같이 단기적으로 발생했다가 회복되는 급성 스트레스는 신체 적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이나 장기간의 굶주림과 같은 만성 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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