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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빼기에서 '세트포인트'는 우리 몸이 특정 체중을 기억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요요 현상의 진짜 원인인 '항상성'과 '기아 반응', 그리고 '렙틴' 호르몬의 역할을 파헤치고, 성공적인 살빼기 전략을 제시한다.
성공적인 살빼기 여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는 바로 '요요 현상'과 '정체기'이다. 많은 사람이 힘들게 감량한 체중이 원래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돌아오는 경험을 하며 좌절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세트포인트라는 개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우리 몸이 특정 체중을 기억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이 믿음에 따르면, 다이어트로 체중을 감량하더라도 우리 몸은 기억하고 있는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저항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이론은 과연 과학적 사실일까? 만약 몸이 특정 체중을 기억한다면, 왜 다이어트 전보다 체중이 더 늘어나는 요요 현상은 발생하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몸이 기억하는 체중'이라는 세트포인트 개념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요요 현상과 정체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항상성'과 '기아 반응'이라는 더 정확한 과학적 원리를 통해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몸이 기억하는 체중'이라는 흔한 착각
체중 세트포인트 이론의 가장 대중적인 해석은 '신체 기억(Body Memory)' 가설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우리가 특정 체중(예: 80kg)에 오랜 기간 머무르면, 우리 몸의 내부 시스템은 그 체중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설정값(Set Point)'으로 인식하고 기억한다. 그 결과, 이 사람이 다이어트를 통해 70kg으로 감량하더라도, 신체는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식욕을 늘리는 등, 기억하고 있는 80kg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생리적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체중을 한 번에 감량하기보다는, 중간에 체중을 유지하는 '다지기' 기간을 가져 세트포인트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 기간 동안 변화된 체중에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어 새로운 설정값을 만들게 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결정적인 과학적 모순을 가지고 있다.
세트포인트 이론의 맹점: 요요 현상은 왜 생길까?
'신체 기억' 가설이 사실이라면, 요요 현상, 특히 다이어트 이전보다 체중이 더 증가하는 현상은 이론적으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 앞선 예시처럼 80kg을 기억하는 몸이라면, 다이어트 후 식단이 무너져 체중이 다시 증가하더라도 80kg이라는 '상한선'에서 저항이 발생해야 한다. 즉, 몸이 70kg에서 80kg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81kg이 되었을 때는 다시 80kg으로 돌아가려는 항상성 기제가 작동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극단적인 저칼로리 다이어트나 원푸드 다이어트 이후에 이전의 식습관으로 돌아갔을 때, 체중이 80kg을 훌쩍 넘어 85kg, 90kg까지 치솟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이는 우리 몸이 특정 '체중'이라는 숫자를 기억하고 그 숫자로 회귀하려 한다는 가설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요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세트포인트보다 더 근본적인 개념인 '항상성'과 '기아 반응'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항상성 바로 알기: '체중'이 아닌 '상태'를 유지하려는 몸
항상성(Homeostasis)은 우리 몸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내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생명체의 핵심적인 특성이다. 많은 사람이 이 '안정적인 내부 환경'을 '안정적인 체중'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항상성이 유지하려는 것은 '체중'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생존과 기능에 최적화된 현재의 '상태(state)'이다.
예를 들어, 동일하게 70kg인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 A씨: 근육량이 35kg이고 체지방량이 15kg이다. 신진대사가 활발하고 신체 기능이 뛰어나다.
- B씨: 근육량이 25kg이고 체지방량이 25kg이다. 같은 체중이지만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대사적으로 비효율적이다.
두 사람은 체중은 같지만, 몸의 '상태'는 완전히 다르다. 항상성은 바로 이 '상태'를 유지하려고 작동한다. 만약 B씨가 굶는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을 65kg으로 줄였다고 해보자. 이 과정에서 지방과 함께 근육도 다량 손실되었다. 다이어트 후 B씨가 다시 이전처럼 먹기 시작하면, 우리 몸은 줄어든 근육량과 낮아진 기초대사량이라는 '새로운 상태'에 맞춰 에너지를 처리한다. 과거 70kg 시절보다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몸이 되었기 때문에, 같은 양을 먹어도 잉여 에너지가 더 많이 남아 지방으로 쉽게 축적된다. 그 결과 체중은 70kg을 넘어 빠르게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요요 현상의 핵심 원리다.
끈질긴 '기아 상태' 반응: 감량 후에도 우리 몸은 왜 저항하는가?
요요 현상의 이면에는 더욱 강력한 생리적 기제가 숨어있다. 바로 '기아 반응(Starvation Response)'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루디 라이벨(Rudy Leibel)과 같은 연구자들은 체중 감량 후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장기간 추적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체중을 감량하고 1년, 2년, 혹은 그 이상 성공적으로 유지하더라도, 우리 몸의 생리적 반응은 '원래부터 날씬했던 사람'과 결코 같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량에 성공한 사람의 몸은 여전히 스스로를 '굶주리고 있는 상태'로 인식한다. 이는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Leptin)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렙틴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데, 다이어트로 체지방이 줄어들면 렙틴 분비량도 함께 감소한다. 우리 뇌, 특히 시상하부는 이 낮은 렙틴 신호를 '체내 에너지 저장고가 비었으니, 에너지를 아끼고 더 많이 섭취하라'는 비상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 결과, 우리 몸은 다음과 같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다.
- 기초대사량 저하: 신체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의도적으로 낮춘다.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쉽게 찌는 몸이 되는 것이다.
- 식욕 증가: 공복감을 유발하는 그렐린(Ghrelin)과 같은 호르몬 분비는 늘어나고, 포만감을 주는 렙틴은 줄어들어 끊임없이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즉, 90kg에서 70kg으로 감량한 사람과 원래부터 70kg이었던 사람은 체중계 위에서는 같은 숫자를 보일지 몰라도, 신체 내부의 호르몬 환경과 대사 상태는 완전히 다르다. 감량한 사람의 몸은 70kg을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잃어버린 20kg을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기아 모드'를 유지하며 저항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요요 현상의 강력한 생물학적 배경이다.
결론: 기억하는 체중은 없다, 변화하는 상태와 기아 반응만 있을 뿐
결론적으로, 우리 몸이 특정 체중을 저울의 눈금처럼 기억하고 그 숫자로 돌아가려 한다는 '체중 세트포인트' 개념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오해에 가깝다. 대신, 우리 몸은 현재의 근육량, 지방량, 대사율 등 복합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 원리에 따라 작동하며, 특히 체중 감량 후에는 낮은 렙틴 수치로 인한 '기아 반응'이 강력하게 나타나 체중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생리적 압박을 가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다이어트와 체중 유지를 위해서는 단순히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근육량을 보존하고 건강한 대사 상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굶거나 무리하게 칼로리를 제한하는 방식은 결국 '기아 반응'을 극대화하여 요요 현상을 유발할 뿐이다. 건강한 식단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몸의 '상태' 자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호르몬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는 유일하고 올바른 길이다.
FAQ (자주 묻는 질문)
- Q. 그렇다면 다이어트 정체기는 왜 오는 건가요?
- A. 정체기는 우리 몸이 감량된 체중과 줄어든 에너지 섭취량이라는 새로운 '상태'에 적응하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항상성 반응입니다. 특히, 렙틴 감소로 인한 기초대사량 저하가 주된 원인으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몸의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Q. 요요 현상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A.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을 피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여 근육 손실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또한, 근력 운동을 병행하여 기초대사량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이어트가 끝난 후에도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유지하여 '기아 반응'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 Q. 이 '기아 반응'은 평생 지속되나요?
- A.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이 반응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체중 유지가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체중 유지는 '다이어트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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